수학은 흔히 이해의 과목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학습 과정에서는 암기가 완전히 배제될 수 없다. 문제는 많은 학생들이 수학 암기를 ‘공식 외우기’ 정도로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이렇게 외운 공식은 시험이 끝나면 빠르게 사라지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다시 낯설게 느껴진다. 반면 어떤 학생들은 같은 개념을 오래 기억하고, 시간이 지나도 자연스럽게 꺼내 쓴다. 이 차이는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라 암기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 글에서는 수학 개념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암기의 원리가 무엇인지, 왜 단순 암기는 금방 잊히는지, 그리고 이해와 연결된 암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 외우는 공부에서 남기는 공부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리해본다.

수학에서 암기는 피할 수 없지만, 방식은 선택할 수 있다
수학 공부를 하다 보면 “이건 이해하면 외울 필요 없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물론 이해가 잘 된 개념은 따로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모든 개념이 처음부터 그렇게 작동하지는 않는다. 정의, 공식, 성질처럼 반복해서 사용해야 하는 요소들은 일정 수준의 암기를 필요로 한다.
문제는 이 암기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다. 많은 학생들이 수학 암기를 단기 기억에 의존한다. 시험 전 벼락치기로 공식을 외우고, 문제 유형에 맞춰 적용한다. 이 방식은 당장의 점수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거의 남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학기, 다음 학년이 되면 “이거 예전에 배운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요”라는 말이 반복된다.
반대로 수학을 오래 기억하는 학생들은 암기를 이해의 일부로 사용한다. 공식 하나를 외우더라도, 그 공식이 어디서 나왔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함께 저장한다. 이 차이가 누적되면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격차가 벌어진다.
이 글에서는 수학 개념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암기의 조건을 하나씩 살펴보며, 왜 단순 반복 암기가 효과가 없는지 구조적으로 풀어본다.
수학 개념이 오래 기억되는 암기의 핵심 원리
첫 번째 원리는 ‘이해와 함께 저장하는 암기’다. 인간의 뇌는 의미 없는 정보보다 맥락이 있는 정보를 훨씬 오래 기억한다. 수학 공식도 마찬가지다. 공식의 형태만 외우는 것은 문자 배열을 기억하는 것에 불과하다. 반면 “왜 이런 형태가 되었는지”, “어떤 상황을 설명하는 식인지”를 함께 이해하면 기억의 고리가 생긴다. 이 고리가 많을수록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두 번째 원리는 ‘사용하면서 외우는 암기’다. 눈으로 읽고 따라 쓰는 암기는 금방 잊힌다. 반면 문제를 풀면서, 설명하면서, 적용하면서 외운 개념은 사고와 함께 저장된다. 수학에서 암기는 독립적인 단계가 아니라, 문제풀이와 결합될 때 가장 강력해진다. 자주 쓰이는 공식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 번째 원리는 ‘비교를 통한 암기’다. 비슷한 개념을 나란히 놓고 차이를 비교하면 기억은 훨씬 선명해진다. 예를 들어 닮음과 합동, 평균과 중앙값, 일차함수와 이차함수를 따로 외우는 것보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함께 정리하면 혼동이 줄어든다. 비교는 암기를 단순 정보가 아닌 구조로 바꿔준다.
네 번째 원리는 ‘말로 꺼내보는 암기’다. 머릿속으로 안다고 느끼는 것과,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개념을 소리 내어 설명해보는 과정은 기억을 점검하는 동시에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설명이 막히는 지점이 바로 기억이 불안정한 지점이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기억은 점점 단단해진다.
다섯 번째 원리는 ‘시간을 두고 반복하는 암기’다. 한 번에 오래 외우는 것보다, 짧게 여러 번 떠올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오늘 외운 개념을 내일 다시 떠올리고, 일주일 뒤 다시 확인하는 방식은 기억을 장기화한다. 이 반복은 새로운 암기가 아니라, 기존 기억을 재활성화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 다섯 가지 원리가 결합될 때, 수학 개념은 시험용 정보가 아니라 장기 자산으로 남는다. 반대로 이 원리 없이 이루어지는 암기는 대부분 단기 기억에 머문다.
금방 잊히는 암기의 공통된 특징
수학 개념이 잘 남지 않는 학생들의 암기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공식을 외운 뒤 바로 다음 공식으로 넘어간다. 앞선 공식이 실제로 어디에 쓰이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둘째, 문제를 풀 때 공식을 떠올리기보다 해설을 보고 따라 쓴다. 이 경우 기억은 손에만 남고, 사고에는 남지 않는다.
셋째, 암기를 시험 전 이벤트처럼 다룬다. 시험이 끝나면 암기도 함께 끝난다. 넷째, 개념 간 연결 없이 개별적으로 외운다. 이 경우 비슷한 개념이 등장하면 쉽게 헷갈린다. 이런 암기는 기억력이 나빠서가 아니라, 구조 없이 저장되었기 때문에 빨리 사라진다.
수학 암기는 외우는 기술이 아니라 남기는 전략이다
수학 개념을 오래 기억하는 학생들은 특별한 암기 재능을 가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암기를 이해, 사용, 비교, 설명, 반복과 함께 묶는다. 이 과정에서 암기는 부담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결과가 된다.
이제 수학 암기를 이렇게 다시 정의해보자. 외워야 할 것이 아니라, 자주 꺼내 써야 할 사고 도구라고.
공식 하나를 외우더라도, “왜 이 식인가”, “언제 이 식을 쓰는가”, “비슷한 개념과 무엇이 다른가”를 함께 묻는 순간 암기는 오래간다. 반대로 이 질문이 빠진 암기는 시험이 끝나는 순간 함께 사라진다.
수학 공부에서 암기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암기의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이해와 분리된 암기는 잊히고, 이해와 연결된 암기는 남는다. 이 차이를 만드는 순간, 수학 개념은 더 이상 매번 새로 외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익숙한 도구가 된다.